지난해 고분양값 논란을 불러왔던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아파트 분양값이 3.3㎡당 최고 1380만원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서울시 발표 때와 견주면 평균 10.24% 내린 값이다. 서울시는 분양값 거품을 최대한 제거했다고 강조하면서 자세한 분양원가는 다음달 입주자 모집 공고 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에이치(SH)공사는 다음달 일반에 분양하는 은평 뉴타운 1지구의 분양가격을 3.3㎡당 945만∼1380만원으로 확정해 5일 발표했다.
■ 값은 내렸으나 원가는 다음달 공개=이날 확정된 분양값을 규모별로 보면 △전용면적 59㎡ 945만원 △84㎡ 1050만원 △101㎡ 1260만원 △134㎡는 1320만원 △167㎡는 1380만원이다. 이는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지구를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하기로 결정하기 이전인 지난해 9월 에스에이치공사가 책정해 발표한 분양값(84㎡ 1151만원, 101㎡ 1391만원, 134㎡ 1500만원, 167㎡ 1523만원)보다 8.77∼12.04% 낮아진 가격이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이처럼 분양값을 평균 10.24% 낮출 수 있었던 배경으로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 원가를 정밀 검증해 1.70% 인하 △택지비 분양가를 분양 공급일 감정가격에서 주택 건설 착공일로 앞당겨 2.19% 인하 △85㎡ 초과 주택에 부가한 5% 분양 수익을 없애 3.59% 인하 △85㎡ 이하 주택의 건축비를 건설 원가 이하로 책정해 2.76% 인하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택지 조성 원가와 실제 건축비 등 분양원가는 다음달 입주자 모집 공고 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제 분양 수익이 얼마인지, 분양값을 더 낮출 여지는 없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분양값 3억4742만원인 84㎡(34평형)의 경우 택지비 2억464만원과 건축비 1억4278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는 여기서 3.3㎡당 419만원으로 책정된 건축비가 건설 원가 이하라고 주장하지만,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택지비의 경우 주택 건설 착공일 기준 감정값을 적용해 가격을 낮췄다고 하지만, 감정값에는 원가인 택지 조성비 외에 별도의 이윤이 감춰져 있는 점은 무시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 원가를 검증할 수 있게 돼 분양값을 낮추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아직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셈이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 “무주택 세대주들의 내집 마련용으로 공급되는 59㎡형과 84㎡형의 분양값이 평당 945만~1050만원으로 은평보다 주변 시세가 높은 송파구 장지지구의 786만원(60㎡)~1107만원(85㎡)에 비해 높거나 비슷하다”며 정확한 건축비 원가와 시공사인 대기업들의 이윤 규모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 청약 전망은?=은평뉴타운 3개 지구에서 총 공급될 1만6172가구 가운데 이번에 공급되는 물량은 일반 분양 1643가구, 특별 분양 3338가구, 장기 전세 주택(시프트) 660가구, 국민임대 주택 1039가구 등 6826가구다. 이 가운데 일반 분양분은 애초 지난 10월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12월로 연기되면서 85㎡ 이하는 7년, 85㎡ 초과는 5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전용 84㎡ 341가구는 서울 지역 청약저축 가입자, 101㎡는 청약예금 600만원, 134㎡는 1000만원, 167㎡는 1500만원 가입자가 각각 신청할 수 있다. 다음달 5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뒤 10∼20일 분양 신청을 접수한다. 현재 공정률이 80%를 넘기 때문에 내년 4~5월에 입주할 수 있다.
분양권 전매가 제한됨에 따라 은평뉴타운 첫 분양은 투기 우려가 줄어든 대신 실수요자들의 입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는 강북 지역의 노른자위인데다, 분양값이 주변 시세보다 3.3㎡당 200만~300만원 정도 저렴하다는 점을 들어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강북의 실수요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설 전망”이라며 “중대형은 청약가점 60점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약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84㎡형은 저축 납입 횟수 100회(저축액 1천만원) 이상이라야 당첨 안정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훈 이정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