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세가지 질문과 카르페 디엠
단 한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일까?
이러한 질문들로 하여금 문학과 철학이 그리고
여러 가지 예술작품들이 태어나는 이유이기도 할까?
우연히 톨스토이의 단편 <세 가지 질문>을 읽을 수가 있었다.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리나>등 대작들에 가려 있지만
그의 뛰어난 단편소설이 많다. 그 중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
이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어떤 왕이 인생에서 풀지 못한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두 번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 번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왕은 이 세 가지 질문 때문에 나라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늘 자신이 없었다. 많은 학자와 신하들이 갖가지 해답을 제시
했으나 마음에 드는 답을 찾질 못한다. 급기야 왕은 지혜롭다
고 널리 알려진 한 현자를 찾아가서 답을 얻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일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사랑을 베푸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외치던 '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감동적인 장면도 떠오른다.
라틴어로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뜻인
'카르페 디엠'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이외에도 일상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현재를 즐긴다는
의미인 욜로(You Only Live Once)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등 유행어처럼 등장하고 있는 신조어들 또한 카르페 디엠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또한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가수 김연자가 불러 비로소 익숙해진 노래 아모르 파티
(Amor fati)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작품 속에서 나오는 말로 자신
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운명애를 뜻하는데 내용에 딱
떨어지는 가사와 경쾌한 리듬으로 결혼식장에서 축가로 불러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바로 소시민적 행복
아닐까?
행복한 삶이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작은 것들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이와 같은 운동들이
곳곳에서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바람직한 사회현상이라 생각된다.
UN이 발표한 국가행복지수에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
들이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인 휘게(Hyegge)운동을 실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지금 주 52시간 근무체제 도입, 가정
의 날과 PC OFF제 실시 운동들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은 돈 많이 주는 대기업보다는 자기시간을 갖기 좋은 공무원을
직업으로 택하는 경향이 있다.
오래전에 톨스토이는 우리들에게 단편소설을 통해 질문과 답을 미리
제시해 준 것 같다. 무릇 봄꽃이 피어났다 지는 지금 이 순간 잡을 수 없이
훅 지나가버리는 이 시간을 즐겨야 겠다. 내 옆에 누가 있는지
한 번 둘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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