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이정규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는
늦가을의 춤사위
식어버린 태양의 열기에도
얼마나
태워 버리고 싶었을까
지나친 세월에 허우적거린 마음은
무슨 까닭이었는지
자신에게 물어 보건만
외로운 고독은 흐르는 물처럼
내 삶인가 봅니다
그렇게도 멀리 왔는지
먼 동이 트는 여명을 바라 본
아름다운 연정
가을비 속에 씻기어져만 가고
다시 오지 못할 시간들이여
떨어진 낙엽
난 어떤 마음으로 밟았을까
향긋한 차 한잔에 슬픈 마음의 비애
묵묵히 상념의 눈을 감는다.